가로등 불빛 같은 인생살이, 오늘도 가로등 하나 지나치다


가로등 불빛 같은 인생살이

가로등 불빛 같은 인생살이 사진


가로등 불빛 같은 인생살이

눈뜨며 하루를 시작하고, 눈을 감으며 하루를 끝내고,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오늘이다.
시끄럽고 요란스럽던 추석이 지나고 다시 혼자남은 이 쓸쓸한 가을밤.
책장에서 시집 한권을 꺼내서 읽었다. 20년된 도종환 시인님의 '접시꽃 당신'.
오랜 세월동안 낡아서 온통 누렇게 변색되고, 삭은 종이냄새가 나는 시집.
지금껏 많이도 본 시집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사람의 슬픔..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으면 더더욱 슬퍼진다.
조금씩 삶을 살수록 그 시인의 마음을 알아간다고 해야하나..

한밤에 도서관에 가서 혼자 커피마시면서... 거리에 켜진 가로등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이 살아가는건, 끝없이 늘어진 캄캄한 밤에 가로등이 듬성듬성 켜진 길을 걷는거라 생각한다.
멀리 보이는 가로등을 향해 한발짝 한발짝 걸어간다.
앞은 점점 밝아지지만.. 뒤로는 나의 그림자가 점점 더 길어진다.
한발짝 내딛을때마다 그림자는 그만큼 길어진다.
밝은 가로등 밑에 서면 그림자는 보이지 않게 된다.
가로등 앞을 지나쳐 가면.. 그때서야 내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게 된다.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내딛을때마다 내 앞에 그림자는 길어진다.
다음 가로등이 보일때까지는.. 그 길어지는 내 그림자를 바라보며 끝없이 걷는다.
듬성듬성 세워진 가로등 밑을 오늘도 내일도 걷고 또 걷는다.
하루에 하나의 가로등을 지나쳐간다. 한시간에 가로등 하나 일수도 있다.
산다는건.. 시작과 끝이 있는 길고 긴 길위에 놓인 수없이 많은 가로등을 지나쳐가며..
빛과 그림자가 수없이 다가오고 멀어져가는.. 그런게.. 산다는거 아닐까.

꽃들이 하나 둘 피어대던 봄도.. 그 덥고 길던 여름도.. 다 지나가버렸다.
그 시간동안 숱한 사람들도 만나고 헤어지고...
그 많던 상념들도 희미해져 기억조차 나지않는다.
이젠 아침 저녁으로 부는 쌀쌀한 바람이, 사람을 쓸쓸하고 고독하게 만드는 가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씨가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하늘은 무무무 파랗고 시원한 바람이 팍팍 불어주는 날씨.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엔 제격인 날씨.
달착지근한 자판기 커피와 담배 한대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날씨. ㅋㅋㅋ

그냥.. 한밤중에 할일 없이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생각나는대로 끄적거려봤다.
쩝.. 오늘도 가로등 하나 지나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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