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군대 PX에서 팔던 팥 들어간 약과 먹고 싶다. feat 대구 2군 사령부
군대 썰~ 군대 PX에서 팔던 팥 들어간 약과의 정체? 그 행방은? feat 대구 2군사령부(2작사)
때는 바야흐로 1998년!!! 충남대 97학번으로 새내기 같던 학창 시절을 보내던 때... IMF가 터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국가가 무너지던 바로 그때!!! 그 시절 우리 또래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군대에 가는 길 뿐이었다. 나라고 별 수 있나? 군대에 가야지. 나오는 영장 그대로 받아 들고 신체검사받고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후 대구에 있는 2군 사령부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2군 사령부는 후방에 있는 군사령부급의 부대로 영내에 4스타와 3스타가 떡 하니 버티고 있고 1스타는 열댓 명씩 있던 부대인지라 복지시설은 물론이고 일반 병사들도 생활하기 좋은 부대였다. 부대 내에서 길 가다 툭툭 마주치는 게 별들이었고, 본청에서는 1스타한테 경례 소리 크게 내지 말라는 주의도 듣는.... 뭐 그런 좋~은 부대였지. 지금 생각해 봐도 계룡의 육본만큼이나 편한 부대였다. 말년에 그 부대 내에 뭔 놈의 골프장? 체련단련장? 을 짓는다고 부대 내의 온 사병들을 다 동원해서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강행하느라 좀 고생을 했었지. 툭하면 사병들 트럭에 태워서 잔디 까는 일에 투입되곤 했다. 크으...
98년에 자대배치를 받고 군생활을 2000년까지 했으니, 지금으로부터 벌써 20년 정도의 긴 세월이 지났다. 2군 사령부로 불리우던 무열대가 지금은 2군 작전 사령부로 이름이 바뀌었네??? 2작사 2작사 하는데 무슨 얘긴지 몰랐었다. 하물며 영내에 있던, 내가 소속해 있던 62통신대대가 없어져부릇네? 제대하고 몇 년 후에 국군 통신 사령부로 편입되고 어쩌고 하는 소리는 듣긴 했는데 소속 부대가 사라진 느낌은 뭔가 꽁기꽁기 한 기분이 든다. 예를 들면 50사단 근무했던 병사가 제대하고 보니 50사단 자체가 공중분해돼서 사라진 느낌?? 뭐 여하튼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군 조직도 변화가 많겠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군대 PX에서 사먹던 500원짜리 약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당시 97년 ~ 2002년 정도까지 내 주위 친구들이 군대를 들어가던 시기인지라 다 비슷비슷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것도 아니더라. 비슷한 시기에 다들 군대에 갔으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이 약과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위에 나뿐이었다. 군대 PX에서 약과를 구경한 사람이 없다니... 뭔가 내 추억들이 부정당한 느낌? 원래 있던 자대도 사라졌는데 약과에 대한 추억까지 사라지다니? 으응??
팥 들어간 네모난 약과에 대한 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아무리 어필해봤자 아는 놈이 읍다. 읍어... 맛다시도 없던 그 시절에 PX에서 팔던 먹거리라고는 냉동식품과 사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과자 종류들이었는데.... 그중에 그 약과가 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해도 엄청 잘 팔리던 간식이었단 말이다!!!!!!!!!!!!!!! 모나카, 마인 쿠키, 도넛 비슷한 제품도 인기가 있었지만 약과가 더 많이~ 더 잘 팔리던 놈이었단 말이다!!!!!!!!!!!! 왜 아무도 몰라주는 게냐... 흑
그때 당시엔 병장의 월급이 만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병장 월급은 십만원이 넘어간다고 하는데 그땐 2만원 넘어가는 게 군인들의 소원이었다. 그래도 지금처럼 PX 가격이 편의점 가격만큼 하지는 않았다. 그 시절 PX는 면세점만큼이나 가격이 싸서 그나마 군인들에게 부담이 가는 가격들은 아니었다. 여하튼 그런 상황인데도 팥!!! 들어간 네모난!!! 그 약과는 한 개에 500원씩이나 했다.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에 손가락 굵기 만큼이나 두꺼우며, 기름지고 촉촉한 약과 안쪽에 팥 앙금이 빠방하게 들어있던 그 약과!!!! 500원의 가치는 충분했다. 초코파이보다 훨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거 하나면 군생활의 고달픔 쯤이야 쉽게 잊을 만큼 맛있었다. 크으으응
2군 사령부였으니 부대 내에 복지시설이 얼마나 잘 되어 있을까? 부대 영내에 PX가 4갠가 5갠가 있었고 복지 슈퍼도 따로 있었다. 부대 내에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PX나 슈퍼가 보이면 곧 잘 사 먹긴 했는데 왜 이 약과를 아무도 모르는게냐? 2군 사령부에서만 팔던 과자는 아니지 않나? 내가 전령병이어서 예하 군단과 부대들을 수없이 방문했는데 그곳들도 다 팔았단 말이다. ㅠㅠㅠㅠㅠ 진짜 팔았다고 ㅠㅠㅠㅠ
이등병 때는 몰래 사다가 건빵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 혹은 건물 구석 같은 데서 몰래 먹고 그랬는데... 어느 정도 짬이 되고 나서는 그냥 사다 먹긴 했지만 숨어서 먹을 때가 더 맛있긴 했지. 여하튼 그렇게 약과를 거의 매일 하나씩 먹었는데 군인이라서 맛있었던 것인지... 약과 자체가 맛있었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리송하다. 아니야. 약과 자체가 맛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래서 제대한 후 그때 먹던 그 약과를 찾아보려고 이리저리 수소문해 보고 검색도 해보았지만 정확한 제품 이름이나 제조 공장, 판매처를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구글 네이버 다음 다 검색해 봐도 한 5명 정도? 해당 약과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있는데 모두 정확한,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아... 이거 무지 답답한 상황이다. 그나마 '나라 제과 옛날 약과' 라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해당 제조사나 제품명 조차도 실존 증거를 찾을 수 없다. 말만 있다 뿐이지 객관적인 증거 자체가 하나도 없다.
제대한 후에 지금 대략 20년이 지났음에도 그때 먹던 그 약과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제사나 차례 때마다 상에 오르는 약과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촉촉하지만 바삭하기도 한 껍데기 약과에 속은 꽉 들어찬 팥... 크... 손바닥만한 크기라 하나 먹으면 그래도 든든했다. 달기는 무쟈게 달았지. 그 약과를 찾으러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는 물론이고 동네 마트나 슈퍼에서도 약과 파는 곳이 있으면 늘 살펴보곤 한다. 유명 제과점에서 나오는 약과 중에서도 그때 먹던 그 약과는 없다.
옥션이나 11번가 같은 온라인 마켓도 가끔 생각날 때 검색해 보곤 하지만 해당 제품은 찾을 수 없다. 맨날 무슨 옛날 약과, 미니 약과, 전통 약과 이런 것들만 팔고 예전에 먹던 팥 들어간 약과는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다. 없어... 세상에 없는 맛..?
지금 나오는 약과들과 비교해도 가격은 엄청 비싸다. 낱개 포장된 약과가 개당 500원이면... 지금 나오는 고오오급 제과점의 약과 가격과 비교해서 싼 가격이 아니다. 무려 20년 전 가격이 500원 이었으니까...
90년대 후반 군대 PX에서 팔던 약과... 월급 만원도 안 되는 굶주린 군인들이 거금 500원씩 들여 사 먹던 맛있는 약과. 지금이라면 쟁여놓고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정작 파는 곳이 없다. 돈이 있어도 구할 수가 없어서 먹을 수 없는 약과. 아아아아 먹고 싶다.
힘들고 어렵게 근무했던 부대도 없어지고, 맛나게 먹었던 군대 간식도 없어지고, 남은 건 뭐냐?
비슷한 시기에 군생활 했던 친구들도 그런 약과는 본 적도 없다고 하고, 이거 참 답답하네... 약과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