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전과 후, 바뀐 점들과 단말기 유통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10개월이 흘렀습니다. 단말기 유통법은 2014년 10월 1일, 스마트폰 제품의 출고가와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스마트폰에 붙은 거품을 빼고, 불법 리베이트와 불법 보조금을 막아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법입니다. 원래의 법 이름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 구조 개선법' 이고 줄여서 '단통법'이라고 부릅니다.
단통법이 본연의 취지대로 발의, 입법, 시행이 되었다면 지금보다 시장에서 더 환영을 받았겠지만 '분리공시'라는 핵심 조항이 빠졌기 때문에 불만이 없잖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 특히 엘지전자와 팬택은 분리공시가 포함된 단통법에 대해 찬성을 했었지만, 삼성에서 분리공시만큼은 빼자고 주장하여 진통 끝에 현재의 단통법 법안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엘지와 팬택이 적극 찬성한 단통법 때문에 현재 스마트폰 판매량이 부진하다고 비꼬지만 엘지와 팬택이 원했던 건 분리공시가 포함된!!! 단통법이었지요. 이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팬택과 엘지 모두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 분리공시 단통법 관련 기사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2/24/2014022403403.html
단통법과 분리공시 내용, SKT와 KT, LG U+ 같은 이동통신사, 그리고 삼성, 엘지, 팬택 스마트폰 제조 회사들간의 관계와 자금 흐름, 제조사 장려금 규모, 이통사 보조금과 판매점 리베이트 등등에 대해 따지고 들어가자면 포스트 한 개 가지고는 택도 없을 테니 이건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밝혔듯이 단통법이 생기기 이전, 작년 초까지만해도 극소수의!!! 스마트폰 시장에 밝은 소비자만이 매우 싸게, 혹은 공짜로 스마트폰을 개통하여 사용했습니다. 폰테크라는 말이 있듯이 스마트폰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여 소수의 소비자에게 매우 싼 값에 공급을 했었지요. 심지어 한 사람이 여러 명의 명의를 빌려 수십대의 스마트폰 회선을 굴리며 3개월마다 공짜폰으로 번호이동하고, 해지한 그 공기계들을 팔아치우는... 직업(?)도 있었습니다. 개통만 하고 집에 고이 모셔두었던 최신 스마트폰들은 3개월이 지난 후 S급 A급 풀박스 중고폰으로 둔갑하여 중고 시장으로 풀려나옵니다. 이 차익을 노리고 많은 폰테커들이 활약을 했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불법 보조금의 혜택을 받아 사익을 채우게 해 주었고 그로 인한 손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여기저기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새 스마트폰을 0원 혹은 2~3만원에 사는데 누구는 출고가 그대로 8~90만원에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 상황... 아이러니하지요.
단통법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시장에 제제를 가하고자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이통사와 제조사, 판매점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좀 더 투명하게 밝히고 시장이 안정되게끔 유도하기 위하여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습니다. 단통법 적용 초기에는 여기저기서 가뭄에 콩 나듯이 불법 보조금을 내거는 판매점이 있었으나 현재는 거의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스마트폰을 원래 싸게 혹은 공짜폰으로 구입하던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 같아도... 늘 공짜폰으로 알음알음 개통해서 쓰던 게 원래 가격대로 사려니 좀 난감하긴 합니다. 하지만 고급 정보와 접촉을 못했던 대다수의 일반 소비자는 늘 그 가격대로 구매를 하게 된 것이지요.
예를 하나 들어봅니다. 작년 11월 애플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가 이통 3사 모두 출시되던 날... 아이폰 대란을 떠올려 봅니다. 아래 사진은 아이폰 대란 당일 새벽 아이폰을 개통하기 위해 모 대리점 앞에 줄을 선 사람들입니다. 애플 아이폰 출시와 함께 이통사들끼리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리베이트를 대폭 증가시키자 판매점들은 보조금을 늘려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쟁에 나섰고 이런 정보를 입수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밤을 새우며 개통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더더욱 웃긴 것은 한 달 가까이 예약판매자들을 모집했었는데, 그 예판 물량이 예약자들에게 풀리기도 전에 불법 보조금으로 15~20만원에 싸게 구매한 소비자들은 즉각 실물을 받아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여기서 웃긴 것은 예약 구입자들보다 더 빨리 아이폰6와 6 플러스를 받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예판 할부원금이 7~80만 원대였는데 아이폰 대란으로 극 소수의 사람들은 15~20만 원에 구매를 했다는 것... 이러한 것들을 막기 위해 단통법이 생겨났지만 결국 일이 터지고 만 것입니다. 이 아이폰 대란으로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던 많은 판매점, 대리점들이 벌금을 때려 맞고 문을 닫게 되었지요....
아래 사진은 아이폰 대란이 생긴 2일 새벽.... 제가 직접 받은 모 네이버 카페의 아이폰 번호이동 요금표입니다. 서울은 더 싸게 구매할 수 있었으나 대전에서의 가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도... 대기 타고 있던 여러 회선 중 하나를 KT 번호이동으로 아이폰6+를 개통하였고 이 정보를 접한 친구들도 아이폰6로 개통했습니다.
사실 상당히 고급 정보이지만 이러한 정보들은 정말 극 소수만이 알 수 있고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런 정보를 구할 곳도 없고 이러한 구조 자체를 아예 모릅니다. 아이폰 대란 때도 단통법 때문에 비공개로 운영되는 네이버와 다음 카페, 밴드, 카카오톡 단톡방 등으로 끼리끼리 몰래몰래 정보를 공유하여 극소수의 정보에 빠삭한 사람들만 이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요.
하지만 대란 이후 9개월이 흐른 지금은 저러한 비공개 카페나 밴드, 카톡방은 거의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단속에 의해 정보 공유를 못하게 되었고 판매점이나 소비자나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어 법대로... 공시 지원금대로 판매를 합니다. 뭐 지금도 어디선가 저러한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있겠지만 예전만큼의 보조금도 받지 못할뿐더러 더 극그그그그극 소수만이 정보를 제공받습니다.
이렇게 혼란스럽던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고 시간이 좀 지나니...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단통법 시행 전과 후 삼성전자, 애플, 엘지, 팬택의 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된것이지요. 국내 프리미엄폰의 점유율이 확 떨어지고 엘지전자와 팬택 역시도 점유율이 많이 떨어진 대신 애플의 점유율이 크게 올랐습니다. 특히 엘지는 G4가 출시되면서 어느정도 회복을 하는가 싶더니 결국엔 프리미엄폰 시장과 전체 점유율 모두에서 쓰디쓴 하락을 경험하게 되었지요. 애플은 단통법 시행 전 점유율이 5% 대였으나 이후에는 27%, 거의 5배 가까이 올랐으나 현재는 좀 줄어 15% 정도를 유지하고 있네요.
단통법의 영향으로 중간 가격대의 스마트폰 시장은 규모가 줄어들고 고가 프리미엄폰과 저가 스마트폰이 각광을 받게 된 것입니다. 전국 어느 곳이나, 어느 통신사 대리점이나 다 똑같은 보조금, 공시지원금이 지급되니 시장이 양분화되었지요. 비싼 거를 사든가 아예 싼 걸 사든가... 아니면 스마트폰 정보나 해외 구매에 빠삭한 사람들은 해외 직구를 한다든가...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 스펙이 상향 평준화 되어 있고, 중저가 스마트폰이라 해도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그다지 큰 성능 차이도 나지 않아 소비자들이 중저가 라인에 눈을 많이 돌리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흔히 말하는 가성비 스마트폰을 찾게 됩니다. 더불어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성능상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기기 사용 기간이 길어지게 되었네요.
엘지와 팬택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단통법의 영향도 있지만 저 위에 이야기했듯이 '분리공시'의 영향도 큽니다. 엘지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힘들어하는 것과 팬택이 힘든 것도 모두 단통법 영향이 있겠지만 좀 더 중요한 요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 참고 기사 한겨레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28&aid=0002281459
물론 이와는 반대 의견을 내는 목소리들도 많이 있습니다. 단통법이 어찌 보면 양날의 검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여기까지는 단통법과 스마트폰 제조사들 간의 이야기이고 소비자들과 단통법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단통법 이전에는 보조금의 거의 대부분 신규 가입자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혜택이 있었으나 현재는 기기변경 소비자에게도 공시지원금이 지급되어 불평등을 어느 정도 해소했습니다. 또한 저가요금제 사용자들도 역시 예전엔 혜택에서 제외되었으나 현재는 지원금을 받고 있지요.
새 단말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단말기 지원금을 받을 것인지, 20% 요금 할인을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고, 해외에서 기기를 수입해 오거나 중고 단말기를 사용하려는 사람, 2년 이상 사용 중인 사람들 또한 20%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라고 불립니다. 또한 음성통화는 무제한으로 바뀌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차별을 둔 '데이터 중심 요금제' 또한 생겨났습니다. 이게 또 소비자 한 명 한 명에게는 몇천 원의 혜택이지만 수백만, 수천만 명에게 해당되면 엄청난 금액이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국 어느 지역이든, 어느 통신사 대리점이든 편의점처럼 공통된 가격, 보조금, 공시지원금을 통해 기기를 개통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시간대별로, 통신사별로, 지역별로 널뛰기하던 보조금이 이제는 평준화되었습니다. 불법 보조금과 불법 리베이트가 사라지게 되어 누구나 평준화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해졌지요. 다만 이 요인으로 인해 한 골목에 5~6개씩 있던 판매점이 많이 정리되었습니다. 어느 곳이나 같은 가격이니 대리점 판매점이 많을 이유가 없지요.
단말기 유통법이 생겨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서 이통사, 제조사, 소비자 사이에서 각각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정치계와 정부, 이통사와 제조사 모두 단통법에 대한 토론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 말은 단통법이 완성형이 아니라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불법 보조금과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하던 시기가 끝나고 시장이 어느정도 안정화가 되었지만 또 다른 변화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샤오미나 화웨이, 레노버, 그리고 한국의 삼성, LG, 팬택도 각자 활로를 모색하고 있고 소비자들 또한 법 테두리 안에서 좀 더 효율적이고 현명한 소비를 택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법으로 시장을 규제하기보다는 시장 자율 경쟁에 맡기는 게 더 옳은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폰테크족이나 불법 리베이트, 불법 보조금에 의해 사기당하는 일반 소비자, 불평등에 빠진 소비자들을 구제하는 것도 좋지만 정말 큰 틀 시장 경제를 안정화시키고 제조사, 통신사, 소비자 모두에게 반발 없이 적절한 타협선에서 보자면 분리 공시를 단통법에 추가한다던지... 좀 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싸게 구매하고, 싼 요금제로 사용할 수 있게 재조정을 하는 게 단통법이 나아갈 방향으로 보입니다.
제조사와 통신사의 어쩔 수 없는 갑을 관계도 좀 더 투명화시키고 경쟁을 시켜 스마트폰 출시 가격을 좀 낮춰주고, 이통사들 또한 요금제에서 기본요금.... 을 빼주고 좀 더 다양하고 합리적인 요금제를 출시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중고폰의 유통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혜택이나... 해외 수입 스마트폰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고 개인의 소비에 대해서 좀 더 유드리 있게 융통성을 발휘해 주면 더욱 좋겠네요.
시장에 큰 혼선을 가하는 불법 보조금, 불법 리베이트, 편법과 사기, 그리고 폰테크족...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들과 일반 소비자들... 이 모든 것들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단통법이 생겨났지만 단통법으로 인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고 엘지나 팬택도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뭐 정부와 기업들, 정치 쪽에서도 단통법 개선 방향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기업들이 건의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유 시장 경제도 좋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통제하는 단통법을 만들었다면 제대로 확실하게 분리공시 조항을 넣던가 해서 앞으로는 좀 더 소비자에게, 국민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