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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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를 묘지에 묻고 뒤돌아서는 맘은 찹찹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다행인게 비가 조금씩 내리는 바람에 조금 울수 있었다는거..
아마도 훈련소에서 야밤에 모포 뒤집어쓰고 훌쩍거린후론 첨 울어본게 아닌가 싶다..

할머니 연세가 많으신건 알고 있었지만 출생년도가 1915년이란걸 알고선
한동안 막막......... 그럼 도대체 우리나라 역사의 언제적부터 살으신건지;;
우리 할머니께서 이렇게 지긋한 나이로 병치례도 안하시구 돌아가신건 정말 다행이다.
이런 저런 병들로 아파서 자식들 속 다 태우고 가시는것보단
이게 훨씬 낳다..

요 얼마전에 할머니께서 정신을 놓으셧다고 해서 설 갔을때다.
링겔을 8개나 꽃으시고, 코엔 산소호홉기와 죽 같은거 넣어드리는 호스를 꼿으시고 누워계셨었다.
눈만 뜨시구 아무말슴도 못하시고 잘 듣지도 못하시고...
그런 할머니 곁에 다가가서 손을 잡아드리니 앙상한 손으로 내손을
꾸욱 잡으시는 할머니를 보구 울컥하고 울뻔했었다.
일찍 할아버지를 여의시고 혼자서 7남매를 다 키워내신.. 할머니
손자 손녀가 무려 16명.. 증손자도 지금 9명..
다 할머니 혼자 이룩해내신 자손들이다. 어렵게 어렵게 혼자서 모든것을 짊어지시고 살아오신 할머니..

또 하나 거기서 느낀것이 있다면.. 삶의 단계라고 할까?
항상 최고라고 생각하고 뒤에서 바라본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어느 순간 다시보니 예전모습을 찾아볼수가 없다는것.. 충격이다.
모르게 모르게 빠진 아버지의 머리숱과 좁아진 어깨. 늘어가는 주름살..
항상 내곁에서 날 지켜주실듯했던 부모님도 이렇게 늙어가시는구나....라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어린 조카들...
할머니 관을 보구선
"형아~ 저기에서 할머니 주무시는거야??"
라는 말 한마디로 주위를 울음바다로 만든 녀석.....
참 철없고 순수하구나.......
나도 저 나이때 저랬을까...라는 생각.....
저녀석들도 아직까지 자기 엄마 어빠가 최고란 생각을 지니고 있겠지.
그리고 항상 지켜주실거라고 믿고 있겠지... 언제까지나...


활짝 핀 국화와 시들어가는 국화...
이게 바로 인생사가 아닐까. 한번 피었다가 도로 지는..
어느 노래의 가사가 어렴풋이 떠오르게 만드는.... 사진.
이번 장례식에서 내가 느낀것과 같은 사진.

외할머니 돌아가신것을 슬퍼하는지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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